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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리고 드라마

콘크리트 유토피아 결말 감상, 처절하게까지 느껴지는 집착

by 소소아 2023.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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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되어버린 세상, 유일하게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만 남았다면? 콘크리트 유토피아 결말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제서야 넷플릭스로 감상한 영화. 

 

세상이 멸망하거나 혹은 너무 거대한 재난이나 위기를 만나면, 사람들은 똘똘 뭉쳐서 그것과 싸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바쁘고 힘들 것 같지만, 그러한 영화 속 모습들은 대부분 그러하지 못하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결말
콘크리트 유토피아 영화

 

 

결국 인간의 적은 인간이라고. 그 와중에 자신의 생존만 챙기느라 점점 더 이기적으로 변하는 모습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설정이긴 하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영화 정보

 

감독 : 엄태화

개봉 : 23년 8월 9일

러닝타임 : 130분

상영등급 : 15세 관람

장르 : 포스트 아포칼립스. 재난 드라마 스릴러. 

주연 :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대지진이 일어나고 보이는 모든 건물이 붕괴되었는데, 유일하게 멀쩡하게 존재하고 있는 황궁아파트 103동. 지표면이 통째로 들렸다가 가라앉고 건물이 죄다 무너지는 모습은 꽤나 볼만했지만. 

 

대부분 살아남은 건물 안에서의 사투를 보여주고 있는 영화이고, 네이버 웹툰 '유쾌한 왕따' 원작이라고 한다.

 

한강이 얼어붙을 만큼 추운 날씨에, 구조대는 오지 않는다. 예고편을 보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희망 하나 보이지 않는 재난, 아포칼립스(대재앙) 장르이다. 

 

 

줄거리 그리고..

 

주변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당연하게 이 황궁아파트 건물 안으로 들어오고, 건물 안은 아수라장이 된다. 주인공 김민성(박서준 님)과 주명화(박보영 님)는 처음에는 무서워하면서도 갈 곳 없는 어린아이와 엄마를 집 안으로 들여보내준다.

 

그리고, 한 집에서 일어난 화재사건에서 나름 활약을 한 김영탁(이병헌 님)은 부녀회장의 추천으로 주민 대표가 되어 외부인을 몰아내고, 모자란 식량을 구하고 외부인의 침입을 막기 위해 나름 규칙을 정하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파트는 주민의 것

 

 

 

 

 

이들의 규칙 첫 번째가 '주민'인데, 어딘가 어색하게 갑자기 등장했던 영탁은 역시나 '주민'은 아니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처음에 어정쩡하게 앞으로 나서던 영탁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정말 주민 대표 같은 모습으로 변한다. 

 

민성은 지금 이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으로 영탁의 옆에서 최선을 다 해 외부인을 몰아내고 식량을 구해오는 등의 일을 하지만, 간호사였던 아내 명화는 이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황궁아파트 밖은 그야말로 '지옥'같은 상황. 시체를 가로지르고 무너진 건물을 뒤지고 생존자와 죽고 죽이는 싸움을 겪으며 먹을 것을 구해오는 것. 

 

외부에서 약탈한 음식으로 그들은 아파트 잔치까지 벌인다. 처음에 귤 하나씩 나눠주면서 편안한 실내에서 평소처럼 주민회의를 하던 모습도 그렇더니, 술 먹고 노래 부르는 잔치까지. 

 

모든 건물이 무너지고 시체들이 깔려있는 바깥 상황과 너무도 비교되는 제목 그대로 '유토피아'의 모습은 무척이나 이질적이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닌데, 집단 이기주의가 이런 것이라고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그것을 이끄는 자, 동조하는 자, 그리고 그것을 보고 싶지 않지만 힘은 없는 몇 명. 

 

외부인을 향해 '바퀴벌레' 혹은 '방역'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점점 거침없어진다. 

 

그들은 점점 다른 사람을 해치고 빼앗고 죽이는 것에 대해 익숙해지는데, 동시에 그러면서 나와 내 가족이 당하는 반대의 상황이 되면 감당하지 못하고 상대방의 탓만 하기도 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결말 그리고..

 

 

알고 보니 영탁은 이 아파트에 들어오기 위해 계약을 하고 돈을 지불했지만 결국 들어오지 못했던 상황이었고, 그 때문에 진짜 영탁을 죽이게 되었던 것. 

 

그래서일까, 이 집에 대한 집착과 대표라는 그 권력에 대한 태도는 조금씩 더 광기로까지 보이기도 한다. 변화되는 과정이 고스란히 보여서 연기력이 더 돋보였던 캐릭터. 

 

영탁은 자신이 외부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여자를 죽이지만, 결국 외부인을 계속 배척은 그를 싫어하는 명화에 의해 외부인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하지만 이유나 시작이야 어찌 되었던 그가 이 아파트와 주민들을 위해 가장 먼저 나서고 열심히 했던 것은 변함이 없다. 심지어 마지막까지, 그에게 이 아파트와 집은 진심으로 그의 것이었고 전부였다는 것이 고스란히 보인다.

 

아슬아슬하게 버텼지만 심지어 그들 사이에서도 균열이 일어난 황궁아파트에는, 당연하겠지만 결국 외부인들이 다시 밀고 들어오고, 주민들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재난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마지막 감동 스토리 이런 건 없는 편. 

 

 

 

보는 시각에 따라 조금씩 다를 것 같긴 한데, 계속 타인과의 공존을 주장했던 힘없던 명화만 살아남아서 이타적인 외부인의 도움을 받아 생존하게 되는 마지막 장면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좀 들고.

 

인간이 어쩔 수 없는 거대한 재난 앞에서까지도 집주인인가 전세 세입자인가 얘기하는 장면이라던가, 이전에 자기네들을 배척했던 비싼 아파트 주민들 어쩌고 하는 장면들은 씁쓸한 실소를 터트리게 한다. 

 

이 와중에, 무슨. 

 

입주민 회의 때 대표자를 투표하는 장면에서 바둑돌을 이용하고, 영탁이 진짜 영탁을 죽이는 장면에서도 바둑돌이 나온다. 여기에서도 '집'을 표현한 것인지.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콘크리트 유토피아 결말. 모든 영화에서 다 해피앤딩이나 감동스러운 결말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은 허무하기도 한데.

 

영탁 입장에서 본다면 안타깝고 또 절심함이 처절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다만, 꿈에라도 이런 재난 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 이런 극한 상황이 되면 나는 어느 캐릭터 쪽에 가까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살짝 스쳐 지나갔는데, 답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