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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리고 드라마

영화 비밀 넷플릭스 너무도 현실적인 스릴러

by 소소아 2024.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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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정보 없이 그냥 눈에 띄는 영화 비밀을 보았다. 넷플릭스에서는 무엇을 봐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무척 길어서 그러다 결국 아무것도 못 보는 날도 있지만, 반면 아무거나 내키는 대로 클릭하고 보게 되는 날도 있다.

 

영하 개봉작을 찾아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몰랐던 영화라서 오래되었나 싶었는데 의외로 최근에 개봉한 작품이다.

 

 

 

영화 비밀 기본 정보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 미스터리, 스릴러

개봉 : 2023. 12월

감독 : 임경호, 소준범

주연 : 김정현, 길해연, 박성현

 

정보가 없었기에 특별한 기대도 없이 봤다. 청불의 스릴러 영화라고 하고, 첫 장면부터 화장실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이 나오기에, 원한 살인에 대한 것이려니 했다.

 

형사 동근(김정현 님)은, 사체에서 10년 전의 날짜가 적힌 메모를 발견하게 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주변 인물에 의한 원한살인. 그런데, 피해자 강봉진(황상경 님)을 회사에 입사시켜 준 교도대 선임 성현(박성현 님)은, 피해자가 폭력적인 성향이라 적이 많았을 것이라 했다.

 

당시 후임들에 대한 조사 중 '영훈(윤동원 님)'은 10년 전 자살을 했다고 하고, 수사 도중 관련 인물이 비슷한 방식으로 살해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 비밀은 과거와 현재를 교차해서 보여준다. 자살을 한 영훈은 끊임없이 강봉진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던 것.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도 없으며 군대, 특히 더욱 폐쇄적이었던 교도대의 특성상 도움을 청할 곳도 없었던 상황.

 

당시 자신은 제대를 앞두고 있어서 조용히 지냈다는 성현은 알고 보니 강봉진이 꼼작 못 하는 유일한 인물이었으며, 그를 통해 피해자를 더 많이 괴롭히던 가해자.

 

하지만 이제는 그런 그의 약점을 쥐고 있는 듯 보인다. 거기까지 보고 사실 영훈이 자살이 아니라 살인당한 것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건 또 아니라고 하고.

 

 

하나둘씩 나오는 피해자와 과거의 비밀들, 그리고 조금씩 등장하는 같은 필체의 메모. 범인은 분명 자살했던 인물과 가까운 사람이었을 것 같은데, 엄청 스릴 넘치거나 공포스러운 편은 아니지만 범인의 추측은 쉽지 않고,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계속 생긴다. 

 

영화에서 첫 번째 피해자 강봉진은 누구든 괴롭히는 사람이었지만, 유독 영훈에게만 심했다. 그리고 형사 동근은 조사 중 오래전 자살했던 영훈이 자신의 동창이었던 것을 알게 된다. 

 

 

어린 시절 한 때 친했으나 멀어졌고, 그렇게 잊고 살았던 동창의 일에 사건에 조금 더 감정적으로 다가가게 되지만 범인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그의 행적을 따라다니면서 동창의 과거에 대해 하나씩 알게 된다.

 

수상하긴 하지만 당시 괴롭힘을 당하던 영훈의 옆에서 나름 도와주고 같이 폭력을 당했던 경일(김형석 님)에게 형사가 왜 당하고만 있었느냐고 묻는다.

 

당한 사람한테 왜 당했냐고 묻기보다
괴롭힌 사람에게 왜 괴롭혔냐고
묻는 게 맞지 않나요? 

 

 

 

 

영훈의 과거가 나올수록, 그리고 그와 동근의 관계가 드러날수록 점점 더 먹먹해진다. 한 번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되었던 아이들은 다음 학년에서도, 또 다른 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게 되는 상황이 많다고 했다. 

 

이상한 일이다. 물론 벗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분명 나를 모르는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들과 섞였음에도 비슷한 일을 또 겪게 되는 상황들이 있다. 

 

그리고 한 번 괴롭힘을 당한 '약자'였다는 것이 드러나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그 사람은 다시금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폭력의 피해자였던 사람이 다음에 가해자로 되는 경우도 실제로 많다. 피해자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그렇게 되는 것은 무서운 인간의 본성인 것일까. 

 

이 또한 지나가리라. 폭력을 당했던 영훈은 그것이 지나가기만을 계속 기다렸으나, 아무리 지나가도 지나가지 못했던 것 같다. 도망칠 곳 하나 없는 곳에서 과거의 일을 그래도 되풀이하려니 얼마나 끔찍했을까.

 

 

 

영화 비밀을 보고 있자니 '올드보이'가 생각나기도 했다. 말 한마디 잘못해서. 입 한번 잘 못 놀려서. 누군가의 비밀, 혹은 오해는 누군가에게 아무것도 아니고 툭툭 털고 지나갈만한 일이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말이 돌고 돌아 커다란 화살이 되어 날아와 박히기도 한다. 

 

죄를 지었지만 죄책감 하나 없이 죗값을 받지 않고 떵떵거리며 잘만 살고 있던 자들과, 아무런 잘못도 없었는데도 피해자가 되어 결국 죽음을 선택해야만 했던 사람. 그리고, 별 것 아니었던 자신의 한 마디가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었는지를 알게 되면서 죄책감에 몸부림치는 사람.

 

영화가 점점 비밀을 파해치고 사건의 시작점을 보여줄수록 마음은 점점 무거워지고, 사람의 이기심이나 잔인함에, 영화나 뉴스에서 접했던 내용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놀라게 된다. 군대 내에서의 폭력이 시작이고 전부는 아니었던 것.

 

 

 

그토록 무섭고 처참한 살해 현장은 별로이지만.. 죄를 지었으면 좀, 미안해하기라도 하면서 살지. 피해자는 피눈물을 흘리는데 가해자는 웃고 있는 상황을 보면, 간혹 현실에서도 영화처럼 너무도 가벼운 법을 대신하여 정말로 처벌을 내려주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싶기도 하다. 

 

아무튼 영화 비밀 속 가해자들은 처벌을 받았는데, 그 누구도 속 시원해지거나 좋아지지 않았다. 그것은 감상을 하고 있던 나도 마찬가지. 가슴 아픈 피해자의 이야기는 영화 속에서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고, 내 행동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