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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리고 드라마

벗어나고 싶을 때 나의 해방일지 명대사와 결말 박해영 작가

by 소소아 2023.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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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방일지 드라마는 시작 전부터 기대감이 있었다. 일단 정말 좋아하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와 '또 오해영'의 박해영 작가 대본이고, 제목이 좋았다.

 

나도 해방되고 싶다. 

 

그런데, 무엇으로부터? 

 

 

나의 해방일지 등장인물과 줄거리

 

사람들 앞에서 반사적으로 미소를 짓긴 하지만 돌아서면 바로 무표정으로 돌아오는 삼 남매 중 셋째 '미정(김지원 님)'은 회사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들이 따분해 보이기만 한다.

 

세상과 등을 진 것처럼 보이고 술만 마시며 겨우 아버지의 밭과 공장에서 일을 도와주고 있는 '구씨(손석구 님)'에게 무작정 달려가 "날 추앙해요"라고 말을 던진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 것이 편한 듯 하루 종일 혼자 술만 마시던 구씨는 미정의 등장으로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미정의 모자를 주어주겠다고 느닷없이 하늘을 날듯 점프를 하지를 않나, 롤스로이스 차를 소유하고 있지만 먼지만 쌓이게 둘 수 있는 사람.

 

 

삼 남매 중 둘째 염창희(이민기 님)는 매사에 모든 것이 불만인 것처럼 보인다. 말이 엄청 많고 철이 안 들은 것처럼 보이는 캐릭터. 여자친구와는 헤어졌고 승진은 미끄러졌다. 어디에도 마음 정착하지 못하는 것 같더니 우연히 구씨의 롤스로이스를 운전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다.

 

첫째 염기정(이엘 님) 역시 삶에 지칠 만큼 지쳐있던 모습이었는데, 무작정 아무나 사랑하겠다고 했다가 정말 사랑하게 되면서 막말하던 자신을 반성하고 조금씩 너그러워진다. 

 

삼 남매와 구씨가 좋은 것 하나 없고 지겨운 일상에서 작은 틈을 발견하고 조금씩 해방감을 느끼게 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명대사와  감상

 

"술 말고 할 일 줘요? 날 추앙해요. 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어."

"너는? 넌 누구 채워준 적 있어?"

 

전 남자 친구에게 배신당한 미정이는 자신을 채워달라고 하지만, 구씨의 말에 자신이 먼저 추앙해 주기로 한다. 그러고 보면 삼 남매 중 가장 용기 있는 캐릭터. 

 

결국 나중에 보면 돈이 가장 많은 구씨였지만 당시 아무것도 없고 이름도 밝히지 않던 알코올중독자였음에도 뭐든 다 괜찮다며 옆에 있어준다. 

 

"가짜로 해도 채워지나? 이쁘다 멋지다 아무 말이나 막 할 수 있잖아."

 

사랑하는 감정이 생겨서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니라, '추앙하기로' 한 것을 시작으로 그렇게 하다 보니 정말로 응원하고 사랑하게 된 그들을 보면서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싶다. 

 

"짜증 나는데 자꾸 기다려. 응? 알아라 좀, 염미정. 너 자신을 알라고."

 

'생각하는 대로 된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면 행복해진다'와 같은 자기 계발서나 뇌과학 책에서 나오는 말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 같기도. 

 

 

 

"오늘 하루, 어렵게 어렵게 나를 몰았다. 소몰이하듯이. 누워서 소주병 보면서 그래. '아, 인생 끝판에 왔구나.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겠구나."

 

 

"우리를 지치고 병들게 했던 건 다 그런 눈빛들이었다. 자신의 사랑스러움을 발견하고자 달려들었다가 자신의 볼품없음만 확인하고 돌아서는 반복적인 관계."

 

사람에게 지치고 병들었으면서 외롭다며 또 사람을 찾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존재를 잘 표현하고 있는 드라마. 

 

"전 해방이 하고 싶어요. 어디에 갇혔는지는 모르겠는데, 꼭 갇힌 것 같아요. 속 시원한 게 하나도 없어요." 

 

나만 그런가, 아님 내향인이라 그런가. 처음부터 나는 미정이의 많은 부분에 공감했다.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지치고 뭔지 모르겠는데 갑갑하고. 어찌 보면 고구마 투성이인 이 드라마가 그래서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해방일지 결말

 

사실 나의 해방일지 드라마는 어찌 보면 시작 갈등부터 결말까지 애매모호하다. 남매들이 가지고 있는 답답함은 드라마 속 대사처럼 단순히 집이 서울이었으면 해결되었을 문제들이 아니다. 

 

미정이는 적성을 살리지는 못 했지만 조용하게 일을 할 수 있는 회사로 옮겼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겠다던 구씨는 돌아가기도 싫지만 빠져나오기는 더 어려워 보이던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 벗어나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염창희는 자신의 '쓸모'를, 염기정은 '사랑'을 찾았다.

 

마지막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조금은 단단해진 그들은 행복한 순간들을 조금씩 더 늘리면서 살아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