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7화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남겨졌다
지난 편에서 망상장애가 있는 서완(노재원 님)은 자살을 했고, 의사에게 원망을 퍼붓는 부모를 포함 의사 간호가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는데.
하루를 쉬고 나온 다은(박보영 님)은 그동안 가장 가까운 간호사였는데도 불구하고, 기운은 좀 없어도 의외로 괜찮아 보인다. 어딘가 좀 이상하다 싶기도 했는데.
마지막에서 죽은 서완의 아버님에게 너무 편안하게 인사를 하는 다은은, 서완이 자살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기억이 담고 있는 부정적인 에너지는 너무나 강력해서 일시적으로 의식으로부터 멀리 떨어뜨려 놓으려 할 수도 있어요."
PTSD환자들에게 보이는 증상 중 하나는 일시적 기억 상실인 '기억의 해리'인데, 다은이 딱 그러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또 다른 환자는, 아기를 잃은 아내가 결국 자살을 한 충격으로 인해 환각이 생겨 스스로 자신의 목을 찌르고 응급으로 입원한 준기(김대건 님)이다.
병동에 자살 유가족들 심리 치료 모임에서 준기와 서완의 아버지도 새로이 참석을 한다.
약을 잘 챙겨 먹고, 상담을 받고, 의사에게 자신의 증상을 정확하게 얘기하고. 이런 것들이 안전벨트가 되어 줄 것이라고 하는데. 그러한 안전벨트는 꼭 환자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살아있다는 것이 미안해서 미쳐버리겠다는 어느 유가족의 말에 다들 공감을 하고, 시체처럼 누워만 있다가 겨우 참석한 준기는, 의사의 권유로 아직 보내지 못 한 아내의 장례식을 가상으로 한다.
가족이 죽으면 충분히 슬퍼하고 남아있는 가족끼리도 함께 죽은 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너무 힘들어서 각자 그저 꽁꽁 숨겨두고 꺼내지 않고 있으면 병이 생긴다고.
일반적인 죽음에서도 그러한데, 가족이 자살을 하였고 심지어 그것을 옆에서 보았다면 그 충격과 죄책감은 어떨지 감히 상상도 못 하겠다.
"나는 그냥 시간을 준다고 생각했는데. 슬퍼할 시간 아파할 시간. 잊을 시간. 그걸 준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지금 보니까 그건 그냥 방치였어. 혼자 내버려 두면 안 됐고. 혼자 울게 두면 안 됐어. 그걸 내가 조금만 더 알았더라면."
그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관계에 있어서는 비슷하지 않을까. 나 역시 그저 시간을 준다고 생각했던 일이 방치처럼 되어버린 경험도 있었고.
방치하기 싫어서 다가간다고 했던 일이 간섭이 되어버려 서로가 힘겨웠던 경험이 있다.
그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매우면 좋을까. 누가 정답을 알고 있긴 한 것일까?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8화
슬픔의 유통기한
서완의 마지막 전화를 대수롭지 않게 받고 끊었던 다은은 죄책감에 시달린다.
해리는 일종의 방어본능. 사람이 충격적인 사건에 갑자기 노출되면 마음의 저항력이 갑자기 떨어져 자기를 지키기 위해 기억 자체를 지워 버리기도 한다.
시간이 약이다, 무책임하지만 그것밖에는 답이 없는 것 같은데. 정말 시간이 약이 될 수 있을까?
시간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못했다.
나름 많은 노력을 했지만 다은은 점점 상태가 안 좋아진다. 결국 한동안 병원을 쉬기로 하고 먹지도 않고 잠만 자기 시작한다.
엄마와 친구는 침대에서 일어나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모두 다 헛수고가 된다.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은 다은.
"신경 끄면 되잖아! 나 죽어도 상관없어"
혼자 방에 있는 다은은 바닥이 점점 자신을 집어삼키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우울에 잠식당하는 그 느낌을 너무 잘 표현하고 있는 드라마라. 나까지 우울해지는 기분.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 알 것도 같아서 더 같이 빠져버리게 되는 것만 같다.
흔히 우울증에 걸렸다고 하면 밖에 나가라, 햇볕 쬐라 운동해라 뭐 그런 말들을 하는데. 의사는 그런 뻔한 위로는 하지 말라과 한다.
현관에 나가 운동화를 신을 기운이 없어.
숟가락을 들지 못하는 사람에게
숟가락을 들라고 하면 폭력이겠지.
그 말이 너무 와닿는다. 나만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 것이 보기 싫은데 정말로 아무것도 못 하는 것은 설명을 할 수도 이해도 바라기도 어렵다.
간호다 들레(이이담 님)는 남자친구 여환(장률 님) 앞에서 가장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이게 된다. 엄마가 집으로 찾아와서 아는 척을 했던 것.
죽어라 일을 해도 빚은 갚아지지 않는 상황이라 보기만 해도 힘든데, 엄마는 키웠다는 이유로 딸에게 들러붙는다.
들레는 그런 엄마에게서 잘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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